🏗 서론: 법은 '안전관리자'라 하는데, 현장은 '잡일 담당자'라 부른다
건설 현장에 가보면 종종 이런 말을 듣습니다.
“그 사람? 그냥 청소하고 자재 정리하는 사람이야.”
“안전관리자라더니, 안전은 관심도 없던데?”
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?
‘안전관리자’는 이름 그대로 현장의 안전을 총괄하는 핵심 인력입니다.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는 이름만 관리자일 뿐, 아무 권한도 없는 존재로 전락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.
오늘은 현장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사례를 중심으로 이 문제의 심각성을 짚어보고, 우리가 무엇을 바꿔야 할지 고민해 보겠습니다.
🔎 사례 1. “자재 좀 나르라니까?” – 안전관리자의 하루
서울의 한 중형 건설 현장.
신입 안전관리자 A 씨는 산업안전기사 / 건설안전기사 자격을 갖추고 첫 출근을 했다. 하지만 교육 첫날, 현장소장은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.
“일단 주변 쓰레기부터 치우고, 오늘 자재 들어오면 정리 좀 해.”
“일단 일이 우선이야. 사고 안 나게 좀만 보고 있어.”
정작 A 씨는
- 작업 공정에 따른 위험 요소 평가도 하지 못했고
- 안전교육이나 보호구 착용 확인도 건드리지 못했으며
- 근로자에게 안전 지도를 하려다 “신입이 뭘 아냐”는 무시만 받았다.
그렇게 2개월이 지났고, 결국 한 작업자가 가설계단 미설치 구간에서 추락사고를 당했다.
그 구간은 A 씨가 초기 점검 당시 “가설계단 필요”라고 적어 올린 구간이었지만, “그건 나중에 해도 된다”는 이유로 묵살됐던 곳이다.
🔎 사례 2. “너는 인건비가 안전관리비에서 나가잖아?”
부산의 한 고층 건물 신축 현장.
경력 5년 차 안전관리자 B 씨는 근로자들의 안전 교육과 비계 점검을 성실히 하던 중, 공정 지연 문제로 현장소장과 마찰이 생겼다.
“괜히 시간 끌지 말고 빨리 일 좀 하게 놔둬요.”
“당신 월급, 우리가 내는 안전관리비에서 나가는 거 알지?”
이 말 한마디로 B 씨는 안전 지적을 멈춰야 했다.
그 이후 그는 도면 복사, 인원 출입 통제, 간식 배달 등 안전과 무관한 업무를 떠맡게 되었고, 하루 종일 사무실과 창고를 오가는 ‘현장지원인력’이 되어버렸다.
그러던 어느 날, 비계 고정이 미흡했던 구간에서 구조물이 붕괴해 2명이 중상을 입었다.
B 씨는 사고 후 조사에서 “해당 구간에 위험성이 있었다고 보고했지만, 반영되지 않았다”라고 진술했다.
🧩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?
- 안전관리비에서 인건비를 지불하는 구조
- → 현장에서는 “우리 돈으로 일하니까 시키는 대로 하라”는 인식이 생김.
- 안전관리자에게 실질적인 권한이 없음
- → 제안은 할 수 있어도, 강제할 수 없음. 거절당하거나 무시당하는 경우 많음.
- ‘일 빠르게’가 우선인 현장 분위기
- → 안전보다 공정 우선. 안전 지적은 방해 요소로 간주됨.
💡 해결을 위한 제안
✅ 안전관리자 인건비는 공사 원가나 본사 예산에서 별도 책정하도록 제도 개편
→ 독립성과 권한 보장을 위해 가장 시급한 구조 개선.
✅ 안전관리자의 지위와 권한을 법적으로 강화
→ 지적한 위험요소가 무시될 경우, 처벌 가능한 제도 마련.
✅ 안전관리자에게 현장 외 다른 업무를 지시하지 못하게 명문화
→ 허드렛일은 다른 인력이 맡고, 관리자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함.
✅ 원청 책임 강화와 감리 시스템 개선
→ 현장 관리자가 안전을 무시할 경우, 원청과 감리기관이 바로 개입할 수 있도록.
🔚 결론: 안전관리자의 ‘존재’가 아니라, ‘역할’이 중요하다
안전관리자가 그저 이름만 있는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.
자격증 있고, 서류상 배치돼 있어도 실제로 안전을 못 지킨다면 사고는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.
안전관리자 또한 자부심을 갖고, 안전에 관한 나의 굳은 신념을 유지할필요가 있습니다.
현장의 안전관리자 분들 오늘도 안전하게 파이팅 하십시오.
“안전은 시스템이 아니라, 사람이 만든다.”
그리고 그 사람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이 지금 당장 필요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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